한유 읽기 ㅣ 속에 불편함이 있는 자가 운다

 한유 읽기 ㅣ 속에 불편함이 있는 자가 운다

소리를 들으면서, 그 본질의 평정이 깨진 것을 주목하는 귀는 숨겨져 있거나 간과하기 쉬운 무엇을 듣는 관찰과 통찰의 귀다.

가끔, 누군가가 울 땐 그 소리를 그냥 들어주라. 그건 소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속의 불평을 재우기 위해서 내는 소리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속에 불편함이 있는 자가 운다 - 이빈섬

1.사람이 먼저 말을 꺼내는 것도 그렇다

세상의 모든 것은 평정을 잃으면
소리를 내게 되어있다
(大凡物不得其平則鳴)

당나라 시인 한유(768~824)는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놀라운 통찰이다.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자.

풀과 나무에는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흔들면 운다.
물에는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들이치면 운다.
물이 튀는 것은 뭔가에 부딪친 것이고
물이 세차게 흐르는 것은 뭔가가 막은 것이고
물이 들끓는 것은 뭔가가 뜨겁게 하는 것이다.
쇠와 돌은 소리가 없지만 두들기면 운다.
사람이 말을 꺼내는 것도 이와 같다.
말을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말을 한다.
노래가 나오는 것은 마음 속에 생각이 있는 것이고
통곡이 나오는 것은 가슴 속에 회한이 있는 것이다.
입에서 나와서 소리가 되는 것은
대개 마음 속에 편찮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大凡物不得其平則鳴 草木之無聲 風撓之鳴
대범물부득기평즉명 초목지무성 풍요지명
水之無聲 風蕩之鳴
수지무성 풍탕지명
其躍也或激之 其趨也或梗之 其沸也或炙之
기약야혹격지 기추야혹경지 기비야혹자지
金石之無聲 或擊之鳴
금석지무성 혹격지명
人之於言也亦然 有不得已者而後言 其歌也有思 其哭也有懷
인지어언야역연 유부득이자이후언 기가야유사 기옥야유회
凡出乎口而為聲者 其皆有弗平者乎
범출호구이위성자 기개유불평자호

뭔가 편찮은 사람이 소리를 낸다. 소리를 내는 것은 뭔가 편찮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울 땐 그냥 들어주라

물론, 마음의 평정이 깨지는 것은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기쁨이나 감격이나 고마움이나 예술적인 감흥이나 사랑과 같은 것들도,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힘이 있다.

소리를 들으면서, 그 본질의 평정이 깨진 것을 주목하는 귀는 숨겨져 있거나 간과하기 쉬운 무엇을 듣는 관찰과 통찰의 귀다.

가끔, 누군가가 울 땐 그 소리를 그냥 들어주라. 그건 소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속의 불평을 재우기 위해서 내는 소리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2.업무보고를 멈춰주게

버들길에 버들솜 다시 날리네
봄이 허락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부하직원들아 업무보고를 잠깐 멈춰주게
난 지금 봄을 보내는 시를 짓고 있다네

柳巷還飛絮 春餘幾許時
유항환비서 천여기허시
吏人休報事 公作送春詩
이인휴보사 공작송춘시

              한유의 '柳巷(유항, 버들길)'

봄이 허락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

새침한 추위가 무시로 파고들긴 하지만, 봄은 어디서 기어오는지 기어이 온다. 꽃이 난만(爛漫)한 풍경을 보면 기쁜 가운데서도 슬픔이 돋아난다.

아름다운 꽃을 나의 생에서 몇 번 더 볼 수 있을까라고 늘 질문했던 '두보(杜甫)콤플렉스'가 마음 깊은 곳에서 발동을 하기도 한다.

꽃이 피어있는 시간은 짧지만, 내년 봄이 되면 다시 피니 서러울 건 없다. 서러운 건 딱 한번밖에 못 피는 사람의 생이다.

서러워만 하고 있을 참인가. 지금 눈앞에 핀 아름다운 것들을 기꺼이 즐겨라. 삶의 결 속에 빼곡히 아름답고 무상한 것들을 아로새겨라. 그것이 짧은 인생을 깊이 누리는 법이 아니던가. 이맘때만 되면 한유의 이 시가 떠오른다.

봄이 허락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는 그 질문은,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래, 업무도 중요하지만, 이런 날엔 봄을 송별하는 시를 한 편 쓰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내 맘이 딱 그렇다.

3.말 되는 이야기

한유의 마설(馬說)은 원리와 주장을 담는 성찰인 중국의 설(說)이란 장르 중에서 백미다.

중국이란 동네가 원래 말이란 동물이 흔했던 곳이고 또 옛 동양사회가 교통수단이나 전쟁수단으로 말이 중시됐던 곳이라 말과 관련한 고사성어나 그것을 소재로 채택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이 어쩌면 당연하리라.

한유의 이 짧은 논문은 말에 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용은 인재등용론이다.

인재에게 높은 봉급을 주라

<천리를 달리는 말은 한번 먹을 때 쌀 한 섬을 다 먹는다. 말을 기르는 자는 능히 천리마임을 알고 기르는 것이 아니다. 이 말에 천리마의 능력이 있을지라도 먹기를 배불리하지 않으면 힘이 족하지 못하니 재능의 아름다움은 밖에 나타나지 못한다. 또한 보통 말들과 같으려 해도 얻을 수 없거늘 어찌 그 능히 천리마임을 꿈꾸리오.>

허기진 천리마는 이미 천리마가 아니다. 천리마를 천리마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의 인내와 투자를 요구한다. 인재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말하고자 함이겠으나 내게는 말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진정의 의미의 대접을 요구하는 말로 들린다.

채찍질은 어진 격려여야 한다

<이것을 채찍질하되 그 도(道)로써 하지 않고, 이를 기르되 그 재(材)를 다하게 하지 못하고, 이것이 울어도 그 뜻을 통하지 못한다. 채찍을 잡고 이에 임하여 가로되 천하에 양마(良馬)가 없다고 한다. 아아, 참으로 말이 없는가. 참으로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가.>

채찍질은 말의 법이다. 그리고 길러냄의 식(食)은 말에 대한 투자이자 상(賞)이다. 이 채찍과 말 먹이는 조마사가 기분 내키는 대로 혹은 화풀이하거나 선심쓰듯 내리치고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혀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다.

말의 언어와 기질, 그리고 말의 능력에 따라 그를 대해야 한다. 거기에 말 울음을 이해하고 그것이 원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저 채찍질로만 말을 다스리려 하는 어리석음이, 많은 명마들을 놓치거나 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한유는 개탄한다.

말이 없는가,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가

혹시 그 명마 속에 자신도 포함시킨 것일까. 그의 생애에는 유난히 불화가 많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각고 끝에 진사에 급제했으나 성격이 강직한 탓에 다른 사람들과 좌충우돌, 오랫동안 별볼일 없는 한직에 있었다.

당나라 헌종이 부처의 뼈를 받아들일 때 반대하는 표(表)를 올렸다가 노여움을 사서 유배되기도 한다. 지금 이 나라엔 참으로 말이 없는가.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가. 

더뷰스 리뷰어 빈섬 이상국 isomis@naver.com

한유 읽기 ㅣ 속에 불편함이 있는 자가 운다

瓢蟲

不朽의 古典에서 찾은 智慧와 心灵, 역사적 敎訓과 省察에서 옛글의 향기에 취해 사랑에 빠지게 되었음을 밝히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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