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Thomas Ruff | 매체의 한계를 깨는 이미지 실험 《d.o.pe.》
글: 최다운 사진에세이스트
Thomas Ruff. d.o.pe.03, 2022. Colrais print on velour carpet, 267 x 200cm. © Thomas Ruff.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사진 매체를 활용하는 대표적 현대 예술가인 토마스 루프(Thomas Ruff)의 개인전 《Thomas Ruff: d.o.pe.》 (PKM 갤러리, 서울, 2024.2.21~4.13)가 삼청동에서 열리고 있다. 루프는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Kunstakademie Düsseldorf) 출신 베허(Becher) 학파의 주축 중 한명으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십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루프의 작업은 스트레이트한 초기작부터 기존의 사진을 변형하여 만든 작업, 가상의 컴퓨터 암실에서 창조한 포토그램 등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오가며 폭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는데, 무표정한 인물의 초상을 대형 프린트로 만든 부터 이미지의 변형을 극한까지 몰고 간 , 소프트웨어로 모델링한 까지 많은 이를 빠져들게 하며, 매체의 한계를 넘어선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은 작가를 만나 이번에 선보인 신작과 지난 세월 동안의 작업에 관해 들어 보았다.
Thomas Ruff. d.o.pe.08, 2022. Colrais print on velour carpet, 180 x 290cm. © Thomas Ruff.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먼저 신작 (p.27~29)이야기를 해보자. 이번 프로젝트는 똑같은 형태를 계속하여 자가 복제하는 유사성을 가진 프랙탈 모델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들고, 다시 여러 개의 모델을 겹치는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프랙탈은 ‘자연이나 인공의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형상인데, 현미경 같은 광학 기술이나 디지털을 이용해 확대하지 않으면 쉽게 지각(perception)할 수 없다. 그런데 당신이 이미지를 3m에 가까운 대형 크기로 인화함으로써, 인간의 시각으로 프랙탈 구조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작품 『지각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에서 따 왔다는 프로젝트 제목 는 당신이 말하려는 것이 ‘지각’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이 지각한 것 혹은 보는 이가 인식하길 원했던 것이 있다면? 감상자가 추상적인 색과 형상의 아름다움에 취하기를 바랐나? 아니면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는 듯한 감정을 의도했을까?
우선 내가 수학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해야겠다. 일종의 ‘이성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는 수학을 이용해 프랙탈 같은 부정형의 패턴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빼앗겼다. 이번 작업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아마 질문에서 나온 것이 모두 뒤섞여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질문에서 서로 다른 여러 감상을 언급했는데, 나는 그것이 인간의 의식이 작동하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뇌(의식)는 알고리즘으로 창조한 프랙탈 모델을 수학과 전혀 관계없는 다양한 감정과 이어지게 할 수 있다. 내 작업 중 대부분은 이러한 지각, 달리 말하면 인간의 지각이 시각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 사물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는지로 이어진다.
ma.r.s.07_I, 2012. C-print, 255 x 185cm. © Thomas Ruff.
ma.r.s.10_II, 2013. C-print, 255 x 185cm. © Thomas Ruff
결국 ‘무엇’을 지각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각하는지가 핵심이란 얘기로 이해된다. 아티스트 토크에서 모더레이터 문혜진 평론가는 가 자연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미시적인 세포의 세계나 우주의 성운처럼 또 다른 황홀한 풍경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당신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감정이 앞서 말한 지각의 방식, 감상자 개개인의 머릿속 작동 방식과 관계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각자의 의식에 기반하여 서로 다른 많은 것을 보고, 인지할 수 있다. 당신의 뇌(머리)가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말해 준다는 뜻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그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사람의 지각은 굉장히 폭넓게 퍼져 나갈 수 있다. 그러니 (내 작품에서) 누군가는 우주를 만나고, 누군가는 바닷속 풍경을 만나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어딘지 차갑고 우울한 풍경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d.o.pe.>는 헉슬리의 글 제목을 줄인 것이면서, 마약을 일컫는 속칭이기도 하다. 헉슬리는 환각제의 한 종류인 메스칼린을 직접 복용하고 쓴『지각의 문』에서 “시각적 인상이 대단히 강화"되며 “객관적 세계에서도 초자연적이며 찬란한 색들을 지각”하게 해주는 약물의 효과를 이야기했는데, 루프가 프레임 안에 펼쳐 놓은 비현실적인 풍경이 헉슬리의 표현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1) 작가는 이처럼 중의적인 제목을 통해 이미지에 담으려 한 속뜻을 은연중에 드러냈는데, 또 처럼 짧은 제목을 붙인 자신의 다른 프로젝트 - 과 - 를 예로 들며 몇 개 되지 않는 글자로 제목을 정하고, 그 뒤에 이야기가 담겨 있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1999-2001) (p.44~45)은 루프가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작품을 찍은 작업이다. 미술관으로 쓰이던 로에의 두 건축물을 찍어 달라는 의뢰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로에 회고전을 위한 촬영으로 이어졌다. 루프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진을 찍는 것이 불가능했던 몇몇 건물은 기존 사진을 디지털로 변형하여 활용했다. (2010-2014) (p.30~31)는 NASA의 탐사선이 찍어서 지구로 전송한 흑백 화성 사진을 변형한 작업이다. 이 사진들의 원래 목적은 과학자들에게 화성의 지표면과 대기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흑백 이미지에 색을 칠하고, 수직으로 내려다본 시점을 비스듬히 바꿈으로써 이질적이며 황량한 풍경을 조금은 익숙하고 친밀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작업에서는 보색으로 칠한 좌/우 이미지 두 장을 활용해 특수 안경을 쓰고 볼 수 있는 입체 사진 제작도 시도했다.*
cassini 24, 2009. C-print, 108.5 x 95.5cm. © Thomas Ruff.
cassini 01, 2008. C-print, 108.5 x 108.5cm. © Thomas Ruff.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추상성’을 강화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프랙탈 모델링으로 이미지를 만든 (2022-)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을 듯하고, 토성 사진을 변형한 (2008-2011)도 우주에 존재하는 추상적 아름다움을 드러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오늘날 구상과 추상이라는 구분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추상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이를 위해 사진 매체를 활용하는 특별한 까닭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마 뒤셀도르프의 아카데미에서 보냈던 시간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절 우리의 영웅은 미니멀리스트와 개념 예술가였는데, 당시 예술의 대부분은 이론적인 작업이었고, 매우 미니멀한 작품을 추구했다. 이러한 교육적 배경 때문인지, 나 또한 p.(40~41)작업을 할 때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미니멀한 초상을 만들고 싶었다. 토성의 천체 사진을 색칠한 (p.32~33)도 흑백 사진에 색을 입히는 최소한의 작업만 하여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나는 사진 매체가 미니멀한 표현을 위한 적절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phg.06_I, 2013. C-print, 240 x 185cm. © Thomas Ruff. (Photograms 시리즈)
r.phg.05_III, 2015. C-print, 185 x 281cm. © Thomas Ruff. (Photograms 시리즈)
사진을 매개로 하는 추상은 존재하는 형상을 ‘취사선택’하여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그림 등의 다른 매체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베허 부부의 영향을 받은 루프의 초기 작업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는 매체의 특성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었지만, 이후로 갈수록 점점 사진이라는 매체의 경계가 흐릿해진 이미지를 선보였다. (2008-2011)는 NASA가 1997년에 발사한 탐사선 Cassini가 토성 궤도를 돌며 찍은 사진을 채색한 작업인데, 루프는 우주선이 찍은 흑백 이미지에 이미 추상적인 특징이 담겨 있었고, 이 추상성을 강화하기 위해 색을 칠했다고 말했다. 2) 그의 작업 중에는 두 시리즈 외에도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p.34~35), 일본 만화 이미지를 활용한 (p.36)과 최근의 (p.37)등등 추상성을 극대화한 것이 많다.
(2012-)는 20세기 초 라즐로 모홀리-나기와 만 레이 등이 만들었던 작품을 따라 가면서 보다 더 현대적인 포토그램 이미지를 만든 시리즈다. 루프는 포토그램 제작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가상 암실을 만든 뒤, 물체를 배치하고, 광원을 비추고,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모든 과정을 컴퓨터 안에서 실행했다. 이를 통해 그는 1920년대에 카메라를 쓰지 않고 만들었던 사진(camera-less photography)을 21세기 기술로 재현했다. (2001-)는 온라인상의 이미지가 더 이상 현실을 재현하지 않으며, 단지 순수한 전기적 신호를 따라 전달되는 시각적 자극임을 깨달은 뒤 만든 작업이다. 루프는 네트워크를 떠도는 이미지를 보며 실제와 가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 일본 만화 이미지를 다수의 레이어로 겹치고, 이를 다시 증폭하며 아무런 의미가 없는(“nothingness”) 이미지가 만들어질 때까지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2022-)은 루프가 오랜만에 카메라를 이용해 작업한 시리즈인데, 다양한 형태의 선 구조물이 회전하며 진동하는 장면을 장노출로 찍었다. 루프는 검은 배경 위에 희미한 자취로 남겨진 장면을 통해 빛 자체가 피사체였던 1950~60년대 실험적인 사진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재구성하려 했다.*
Substrat 35I, 2007. C-print, 130 x 184cm. © Thomas Ruff.
는 원래 2000년경에 처음 생각했지만, 적절한 프로그램이 없어 실현하지 못했고, 2022년이 되어서야 목적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당신 작업에는 디지털 기술이 필요불가결한 때도 있는데, 여기서 2017년 『Hero』 매거진에서 Hans Ulrich Obrist와 진행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을 빌려와 보겠다. 당시 정확한 질문은 실현하기에 너무 방대하거나, 혹은 너무 사소한(“too big or too small to be realized”) 아이디어가 있는지였다. 3) 혹시 지금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실현할 수 없지만, 마음에 두고 있는 작업이 있을까?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못 하는 작업은 없다. 나는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없다면 그것에 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것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물론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면 곧 내가 동시에 수행하는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된다. 어찌 보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도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는 실현 불가능한 것을 알고 더 고민하지 않았고, 나중에 다시 생각이 나서 프로그램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untitled#01, 2022. C-print, 120 x 100cm. © Thomas Ruff.
untitled#18, 2022. C-print, 120 x 100cm. © Thomas Ruff.
당신 작업 중에는 발견한 사진(found photography)을 변형하여 만든 것이 많다. 미디어에서 찾은 사진, 인터넷에서 수집한 포르노 사진, 일본 만화의 이미지나 천체 망원경과 NASA 우주선이 찍은 행성과 별 사진처럼 다양한 소스를 가지고 와서 재구성했다. 당신의 손을 거친 사진은 원래의 문맥에서 떼어내 지고, 기존 형상을 알아볼 수 없게 되고, 새로운 색을 얻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되는데, 발견한 사진을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무엇을 불어 넣으려 했을까? 원본 사진이 당신의 작업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싶다. 원본 사진은 여전히 원본으로서 존재한다. 그러면서 내 작업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얻었다. 그렇게 그것들은 무언가를 얻었지만, 여전히 원본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잃은 것은 없다.
nudes bb36, 2002. C-print, 152 x 112cm. © Thomas Ruff.
nudes gl11, 2004. C-print, 156 x 112cm. © Thomas Ruff
(1990-1991) (p.46)는 작가가 십 년 동안 독일의 일간지, 주간지 등에서 수집한 2,500여 장의 사진 중 특별히 흥미를 끈 사진을 가져와 만든 작업이다. 그는 400여 장으로 압축한 이미지를 아무런 정보나 설명 없이 2단으로 붙여 보여주면서, 뉴스 사진이 원래의 문맥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2015-) (p.47)는 1930년에서 1980년대 사이 미국의 신문과 잡지에서 가져온 흑백사진을 활용한 시리즈다. 루프는 사진 앞면과 에디터의 텍스트와 코멘트 등이 적힌 뒷면을 각각 스캔한 뒤 하나로 합침으로써 시각 정보와 문자 정보를 한 프레임에 집어넣었다. 작가는 철학와 유사하게 정치, 사회, 과학, 문화 등 모든 영역의 미디어 사진에 담긴 다양한 관점을 담으려 했다.
(1999-) (p.38~39)는 인터넷에서 가져온 썸네일 크기의 포르노 이미지를 변형한 작업이다. 그는 낮은 해상도(72dpi)의 사진을 확대하고, 흐릿하게 만들고, 색을 바꾸고, 일부를 지우는 과정을 거쳐 외설스러운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변모시켰고, 이를 통해 감상자가 이미지의 구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1989-1992)는 루프가 처음으로 천체 사진을 활용해 만든 작업이다. 학생 시절부터 천문학에 심취해 있던 작가가 밤하늘을 주제로 삼은 건 당연한 수순이었는데, 원하는 수준의 사진을 직접 찍을 수 없었던 그는 유럽 남방 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가 안데스산맥에 있는 천체 망원경으로 찍은 남반구 밤하늘의 아카이브 자료를 이용했다.
Porträt (T. Bernstein), 1986. C-print, 210 x 165cm. © Thomas Ruff.
Porträt (J. Baumgarten), 1989. C-print, 210 x 165cm. © Thomas Ruff.
예전 인터뷰4)에서 저작권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한 적이 있다. 한 프로젝트에서 활용한 원본 사진의 저자가 자기 권리를 주장했고, 그에게 라이센스를 준 일이 있다고 했는데, 당신 작업에 쓴 원본 사진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일은 작업을 했을 때였다. 물론 가능하다면 내가 사용한 사진의 출처를 항상 명확히 해두고 싶다. 하지만 당시에는미디어에서 쓴 사진의 저자가 건건이 밝혀져 있지 않기도 했고, 작품을 위해 모은 사진이 몇백, 몇천 장에 달하는데 다 확인하기란 불가능했다. 게다가 원본 사진을 기존의 문맥에서 떼어 놓으면서 실제 연관된 정보를 찾는 것이 더 어렵기도 했다. 그래서 먼저 원본을 이용하고, 만약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와서 작품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적절한 라이센스 계약을 맺으려고 했다. 그렇게 원작자도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원작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건 아마 요즘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물론이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이미지를 복사하여 붙여 넣고, 복사하여 붙여 넣고, 또 복사하여 붙여 넣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러는 동안 계속 알고리즘을 이용한 JPEG 압축이 덧씌워지면서 종국에는 원본과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그러니 이미지가 가진 원본성은 거기서 끝났다고 할 수도 있다.
Interieur 1A, 1979. C-print, 57 x 47cm. © Thomas Ruff.
Interieur 5B, 1980. C-print, 57 x 47cm. © Thomas Ruff.
(1979-1983)는 사진가로서 토마스 루프의 첫 번째 작업이다. 으젠느 앗제(Eugene Atget)나 워커 에반스(Walker Evans) 같은 사진가들에게 매료된 작가는 자기 세대가 자라온 풍경을 사진으로 관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뒤셀도르프의 아파트와 어린 시절을 보낸 검은 숲 지방(Black Forest)의 가족, 친구와 친척들 집을 찾아 다니며 실내를 기록했다. 루프는 최대한 사실적으로 기록하면서도, 의도적인 크로핑을 통해 방의 고유한 분위기나 특징 등을 담으려고 했다. (1987-1991)는 뒤셀도르프와 주변에 있는 1950~70년대 평범한 건물의 외관을 찍은 프로젝트다. 루프는 중성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1월에서 3월 사이의 이른 아침에만 작업을 했는데, 중부 유럽의 잿빛 하늘은 그가 원했던 풍경의 분위기에 잘 들어맞았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서 엽서나 책을 통해 접한 당시의 건축 사진과 바우하우스(Bauhaus) 사진의 사무적인 접근법을 따라 하려 했다.
그리고 (1981-2001)는 루프의 이름을 알린 대표 시리즈로 다양한 실험을 거쳐 탄생한 초상 사진 작업이다. 그는 사진 속 인물을 마치 석고 흉상처럼 보이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평상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모델의 초상을 찍었다. 초기에는 고전적인 초상화 갤러리처럼 작은 크기의 사진을 뽑아 나열했는데, 몇 년 뒤 2m 이상의 대형 크기로 사진을 확대하면서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
h.t.b.01, 1999. C-print, 185 x 235cm. © Thomas Ruff. (l.m.v.d.r. 시리즈)
w.h.s.01, 2000. C-print, 185 x 245cm. © Thomas Ruff. (l.m.v.d.r. 시리즈)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커리어 초기에 찍은 (p.42~43), (p.48~49)와 프로젝트는 당신 작업 중 비교적 스트레이트한 사진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또한 완벽한 ‘실제 세상(real world)’의 재현은 아닐지 모른다. 는 작가의 의도대로 잘라낸 풍경이며, 또한 작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며 ‘연출(staged)’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로 갈수록 개념은 당신의 작업에서 점점 더 중요한 자리를 점했는데, 지금은 순수하게 개념에 기반한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다. “사진은 세상의 표면만을 담을 수 있을 뿐이다(Photography can only capture the surface of the things)”고 말하기도 했는데, 지난 세월 동안의 작업을 보면 사진이 담을 수 있는 것 이상을 표출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다면 사진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보낸 현재의 토마스 루프에게 ‘사진’이란 무엇일까?
먼저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사진은 세상의 표면만을 담을 수 있을 뿐이다"라는 말은 (p.40~41) 프로젝트를 비평한 것에 대한 응답이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내 사진이 인물의 성격(personality)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솔직히 웃기지 말라고 생각했다. 인물사진은 오직 대상의 외형만을 보여줄 수 있으며, 그 이상, 예를 들어 피부밑으로 더 들어가서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러니 사진을 보는 감상자의 시각은 인물의 피부, 대상의 표면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게 된다. 사진 작업을 한지 4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사진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다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사진이 쓰이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진은 이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매체가 되었다. 난 이러한 변화를 좋게 바라본다. 사진이 설사 좋지 않은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모든 이가 사진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건 좋은 변화다.
Zeitungsfoto 015, 1990. C-print, 23.5 x 22.6cm. © Thomas Ruff.
Zeitungsfoto 093, 1990. C-print, 22.5 x 21.3cm. © Thomas Ruff.
press++32.07, 2016. C-print, 230 x 185cm. © Thomas Ruff.
press++24.76, 2016. C-print, 233 x 185cm. © Thomas Ruff.
루프는 90년대 중반의 한 인터뷰에서 “인물 사진을 통해 대상을 심리학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고, 사진으로 누군가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 눈에 보이는 표면 이상을 볼 수 있는 건 우연일 뿐이다”라고 했다. 작가는 또 와 프로젝트를 비교하며 사람들이 두 시리즈 앞에서 보이는 반응이 비슷한 과정으로 이루어 진다고 했는데, 감상자가 이미지에서 느끼는 감정은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결합한 반응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초상 사진 앞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의 정보를 취합하여 사진 속 대상에 투영하고, 별 사진 앞에서는 휴양지 풍경에서 만났던 밤하늘의 느낌을 투영하며 작품을
감상한다. 5) 그의 말을 따르자면, 결국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는 감상자 개개인이며, 이는 제일 처음 에 관해 이야기했던 인간의 지각 방식과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당신 작품을 사진 너머의 사진(photography beyond photography) 혹은 포스트 사진(post photograph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빛이 필름이나 CCD로 이어지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현실을 재현한다는 개념적인 측면에서도 고전적인 사진의 정의는 당신이 만든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당신을 ‘사진가’라는 한계에서 바라보려는 질문에 “내가 그림(drawing)이라도 그려야 사진가가 아니라는 것을 믿을” 텐가라고 답하기도 했고, , 같은 작업에서는 한계를 넘으면서(cross the ceiling) 매체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사진과 이미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쩌면 내 사진을 메타-사진(meta-photography)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내 작업은 사진을 고찰하는 것이다. 나는 사진을 활용해 세상에 존재하는 구조를 설명하려 하는데, 사진을 해체(deconstruct) 하고, 조각내고(cut into pieces), 분석(analyze)한 다음, 다시 합쳐 놓는다(put together again). 감상자가 내 작품을 보며 단순히 사진이라 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일종의 분석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Haus Nr.7I, 1988. C-print, 237 x 188cm. © Thomas Ruff.
Haus Nr.1II, 1989. C-print, 183 x 302cm. © Thomas Ruff.
지난 40여 년 동안의 작업을 돌아보면 초기에 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photos taken by a camera)에서 발견한 사진을 재구성(manipulation of found photography)한 이미지로 변화했다. 그리고 이후 머릿속 아이디어를 순수한 기술의 힘으로 창조한 이미지로, 달리 표현하면 카메라 없이 찍은 사진(camera-less photography)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근래에 와서 다시 카메라를 들고 찍은 장노출 작업()을 시작했는데,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당신의 방식을 생각할 때, 이러한 변화는 순차적이 아니라 종종 복합적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당신의 예술 세계에서는 주제와 개념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기법과 방식도 끊임없이 변해왔는데, 한 가지에 천착하지 않고 변화하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동기(motivation)가 아니라 필요(need)에 의해 움직인다.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어떤 방법을 쓸지 생각해 본다. 카메라로 작업할 수 있다면 카메라를 쓰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진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모홀리-나기나 카르티에-브레송 같은 고전적인 아날로그 암실 작업을 원하는 건 아니다. 그들의 방법으로는 흑백사진만 만들 수 있고, 표현의 가능성도 무척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930년대 아날로그 암실에서 한 것 같은 작업을 컴퓨터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상의 암실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었다.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암실이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기술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5mm 카메라가 필요하면 그걸 쓸 수 있고, 4x5 포맷 작업이 필요하면 내 린호프 카메라를 쓸 수 있다. 어떤 장비(기술)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다. 또한 작업(이미지)에 관한 아이디어가 어떤 순서로 떠오를지도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면, 2022년에 카메라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작업을 했고, 그다음 장노출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떠올라서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꼭 매번 기법을 바꾸려 하는 건 아닌데, 내가 구현하고 싶은 이미지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다. 결국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거기에 맞는 최적의 기술을 찾게되는 것이다. 특별히 카메라를 싫어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45년 전에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했기 때문에 여전히 그것들을 가지고 있고, 필요에 따라 꺼내 쓴다.
루프는 자신이 다녔던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그들에게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한 가지가 아니라 수백, 수천 가지의 다른 방법(a thousand different ways)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법이나 장비는 결국 그들 각자가 원하는 이미지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필요하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직접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6)
01h 55m/-30°, 1989. C-print, 260 x 188cm. © Thomas Ruff.
06h 36m/-25°, 1992. C-print, 260 x 188cm. © Thomas Ruff.
당신 작업의 변천사를 볼 때,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만드는 AI-생성 이미지(AI-generated image)에도 관심이 있을 듯하다. 혹시 AI 이미지 작업을 고려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몇몇 사진가가 하는 AI 작품을 본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AI로 뭘 시도해 본 적은 없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드는데 아직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AI 이미지 생성 도구로 작업하는 작가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AI로 창작했다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어떤 개념을 가졌는지 일 것 같다. 결국 작품을 창조하는 것은 예술가의 머리이며 AI는 도구일 뿐이다. 그러니 135 포맷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이미지를 만들든, AI 엔진으로 이미지를 만들든 필요에 따라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예술가다. 사진을 찍을 때도 작품을 만드는 주체는 기계 장치인 카메라가 아니라, 그 뒤에 서있는 사진가다.
당신의 모든 작품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로도 구입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까지 활용( 프로젝트)하는 작업 스타일과 작품 판매 방식을 보면 토마스 루프라는 작가는 디지털 시대의 최첨단(the edge of the era of technology)을 걷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작업을 위한 기본적인 정보 채집 과정 또한 인터넷처럼 디지털의 힘을 빌리고 있다. 이런 당신에게 디지털 기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실 NFT 포맷을 적어둔 건 지금 보면 좀 우스운 일이다. 홈페이지를 정비할 당시에 많은 사람이 이 새로운 형식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단순히 내 작품도 NFT로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NFT에 관심을 가진 이는 없기 때문에 아마 이젠 지워 버려도 될 듯하다. 디지털 기술이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를 가진다거나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연장일 뿐이며, 단지 다른 형태의 도구일 뿐이다.
지난 45년간의 작업 중 작가로서의 전환점이 되었던 프로젝트를 직접 꼽는다면?
아마도 가장 큰 전환점은 초상사진을 대형으로 만들었을 때일 듯하다. 당시에도 사진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사진 작품이 진짜 예술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대형으로 프린트한 초상사진은 처음 접하는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누구도 사진 인화로 이런 대형 작품을 만든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내 작업이 사진에 일종의 해방구를 열어 주었다고도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사진을 더 이상 부차적인 예술이 아니라 진정한 예술로 인식하게 되었다.
루프가 80년대 초반에 처음 만든 초상은 24x18 cm 크기였다. 그러고 나서 몇 년 뒤에 사진을 210x165 cm 크기로 확대했는데, 그는 대형 인화 작품이 감상자에게 준 충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들은 전시를 관람하면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오 이것은 하인즈, 이것은 피터, 이것은 페트라야. 이는 사진을 보면서 매체와 현실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초상 사진을 거대한 크기로 확대함으로써, 나는 관람자가 하인즈 앞이 아니라 하인즈의 사진 앞에 있다는 것을 일깨우도록 몰아세웠다.” 7) 그가 이후로도 계속 대형 작품을 만든 이유는 이를 통해 감상자가 사진이 재현한 현실보다 이미지 자체에 더 집중하도록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Installation view of Thomas Ruff: d.o.pe. at PKM. Courtesy of PKM Gallery
«d.o.pe.» 전시장에서 Thomas Ruff의 모습, 2024 © 서민경(SEO MINKYUNG)
어찌 보면 <초상사진>이 토마스 루프라는 작가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체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전환점으로는 (p.51)를 들겠다. 당시 나한테는 천체 사진을 고화질로 담을 수 있는 망원경이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사진을 찍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유럽 남방 천문대의 천체 망원경을 활용하고 싶었으나, 내가 직접 그들의 장비를 사용해 사진을 찍는 건 허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이미지의 저작권(authorship)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천문대에서 아카이브 해둔 1,200여 장의 네거티브를 활용했다. 이때부터 직접 셔터를 누르지 않고, 존재하는 이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두 번째로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작업을 꼽고 싶다. 당시 포르노 사진이 처음으로 새로 태동한 유통 채널인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는데, 돌아보면 이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소로 서울을 고른 이유가 궁금하다. 《Thomas Ruff》(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2004) 이후 이십 년 만에 한국에서 여는 개인전인데 별다른 감회가 있다면?
작년에 PKM 갤러리에서 스위스 아트 바젤과 뒤셀도르프의 작업실로 찾아와 이야기를 나눴고, 갤러리 초대전으로 이번 전시를 열게 되었다. 아라리오 갤러리 이후 2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전시를 갖게 된 것은 우연이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
* 주요 프로젝트 개요 - 작가 홈페이지 작업 소개 (https://www.thomasruff.com/en/works/ - 24년 3월 6일 최종 접속)
1) 올더스 헉슬리, 권정기 역주, 『지각의 문』, 김영사, 2017, p.52 & 56
2) 『Aperture Conversations: 1985 to the Present』, Aperture, 2018, p. 465
3) “In conversation with Hans Ulrich Obrist: renowned photographer Thomas Ruff looks back on his career”, 2018.10.11, (https://hero-magazine.com/article/134091/inconversation-with-hans-ulrich-obristrenowned-photographer-thomas-rufflooks-back-on-his-career - 24년 3월 6일 최종 접속)
4 ) “ A r t : T h o m a s R u f f I n t e r v i e w ” , (https://200-percent.com/thomas-ruffinterview/- 24년 3월 6일 최종 접속)
5) Michael Fried, 『Why Photography Matters as Art as Never Before』, Yale University Press, 2012, p. 147-148
6) 『Aperture Conversations: 1985 to the Present』, Aperture, 2018, p. 464
7) 토마스 루프, 질 블랭크, ‘토마스 루프와의 인터뷰’, , no. 2(2004), p. 55 - 쿠엔틴 바작 등 엮음, 이민재 옮김, 『모마 포토그래피: 1960-Now』, (주)알에이치코리아, 2017, p. 240에서 재인용 ㅣ 글 최다운 사진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