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돌로레스 마라 《돌로레스 마라의 시간 : 블루》 | 평범한 일상이 경이로워지는 순간

해외작가-돌로레스 마라 《돌로레스 마라의 시간 : 블루》 | 평범한 일상이 경이로워지는 순간 

글: 이진영 부산디지털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

“사진은 나에게 보이스를 주었다. 정말로.” - 돌로레스 마라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프랑스 사진가 돌로레스 마라의 《돌로레스 마라의 시간 : 블루 Dolorès Marat : L’heure bleue》가 3월 8일부터 6월 7일까지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감각적인 사진가 돌로레스 마라의 국내 최초 전시회이며, 단순한 전시를 넘어 시각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흐린 사진으로 인간의 존재와 그 본질적인 감정을 말보다도 더 깊이 있게 표현하고, 외로움과 고독함을 그녀만의 특유의 컬러와 빛의 조화로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전시된 60여 점의 작품은 감성적 깊이와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어 작품 속에서 고요한 아름다움과 동시에 강렬한 감정의 폭발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Dolorès Marat,나폴레옹 보나파르트호 위에서, Archival Pigment Print, 2000

ⓒ Dolorès Marat, 나이아가라, Archival Pigment Print, 2000

돌로레스 마라의 이야기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 어떻게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재봉을 배우던 과거 시절, 세잔과 고호의 작품집을 만나게 되면서 강렬한 색채와 터치에 대한 그녀의 관심이 자극되었고 후에 그녀가 사진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어졌다. 시각적 예리함과 사물에 대한 깊은 관심, 작업에 대한 세심함은 아마도 재봉사로서의 그녀의 삶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마라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체계적인 교육의 틀 안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그녀는 지역 사진가의 견습생, 카메라 매장의 판매원, 사진가의 인쇄소 그리고 잡지의 연구실 보조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고, 이러한 경험들은 사진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다양성을 경험하는 동시에 시각의 다채로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39세의 나이에 마침내 독립 사진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사진 프로젝트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작업을 하며 생활비를 겨우 버는 와중에도 자신만의 사진 작업에 몰입하였고 이 시기는 그녀의 예술적 비전을 탐구하고 자신만의 사진 언어를 개발하는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돌로레스 마라의 여정은 열정을 따르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녀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예술적 목소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마라의 작품은 그녀의 색채에 대한 감각, 그리고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감정의 진정성을 반영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예술을 향한 열정이 현실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전달하고 있다. 

일상 속 숨겨진 아름다움의 발견자

“저는 감정이 동요되는 순간에만 셔터를 누릅니다.” - 돌로레스 마라

돌로레스 마라의 예술적 접근 방식은 관찰과 감성적인 공감 능력에 기반을 둔다. 보통의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 순간들이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과 감정을 드러낸다. 조용한 거리 장면과 풍경, 사람들의 단순한 상호작용 등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독특한 이야기를 찾아낸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장면의 순간들은 그녀의 사진 속에서 특별한 의미로 새로운 삶을 얻는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예술적 가치와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 Dolorès Marat, 파리 그레뱅 박물관의 여인, Archival Pigment Print, 1998.

ⓒ Dolorès Marat, 장갑을 낀 여인, Archival Pigment Print, 1987.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은 타인과의 교류를 피해 그녀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 대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주변 세계와 소통했으며 그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항상 외로웠고 자신의 사진에서 고독은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고독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슬픔을 가득 담은 듯 푸른색과 검정색으로 가득한 어둠 같았지만 그 속에서 작은 빛을 찾으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슬픈 눈이 바라보는 이 세상을 그녀에게 보여준 슬픔과 아름다움으로, 새로운 색을 찾아 사진을 촬영했다. 이러한 색조와 분위기는 사진에 깊이와 감성을 더하며, 감정적 상태와 예술적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든다. 외로움과 고독은 예술적 깊이와 감정의 섬세함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고, 세상을 관찰하는 독특한 방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사진들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돌로레스 마라의 예술적 표현은 그녀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에서 비롯되었지만 관객에게도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일상 속에서 더욱 세심한 관찰자가 되어 삶의 작은 순간들이 지닌 가치를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영감을 준다. 파리 그레벵 박물관의 여인, 농업박람회에서 마주친 초록색 말, 나폴레옹 보나파프트호 위에서 바라본 호수, 나이아가라폭포 속의 배 등은 일상 속 순간들을 담아내었지만, 우리에게 주변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평범한 순간에서도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아내는 법을 가르쳐준다.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슬픔 속에서도 희망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상기시킨다. 마라의 렌즈를 통해 표현된 작품에서 우리는 삶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흐릿한 사진(Fuzzy Photo)

개인 사진 프로젝트에 몰두한 돌로레스 마라는 주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주변 풍경과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부족한 그녀에게 멈춰 서서 피사체를 마주하고 셔터를 누르는 행위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빠르게 혹은 천천히 걸으면서 순간을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그녀의 사진 속 독특한 흔들림과 흐릿함을 낳았다. 새벽이나 해질녘, 주변의 제한적인 인공 빛에 의지해야 했던 촬영 환경은 빛의 부족과 색상 밸런스의 붕괴를 가져왔고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걷는 촬영은 카메라의 흔들림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주광용 필름을 밤에 사용한다거나, 텅스턴 필름을 야외에서 사용하는 등의 기술적 오류들이 반영된 그녀의 사진은 오히려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의 흐릿함과 흔들림은 내면의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그녀만의 표현방식이다. 단순히 외부의 움직임을 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움직임과 그 순간에 대한 내면의 상상까지도 포착하는 것이다. 자신의 사진 속에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며, 이는 사진 작업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 Dolorès Marat, 천국으로 가는 길, Archival Pigment Print, 2008.

ⓒ Dolorès Marat, 마르세유의 새들, Archival Pigment Print, 2003.

흔들리고 흐릿한 이미지의 사진 속 세상은 인생의 변화무상과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이러한 시각적 기법은 마라의 사진을 더욱 독특하게 만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사진 속 세계에 더 깊이 몰입하게 한다. 흐릿한 이미지는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관람객이 자신만의 해석을 추가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사진 작업

돌로레스 마라는 그녀의 생애 최초 카메라인 미놀타로 시작해 오늘날까지도 라이카 R8과 Minilux Zoom과 같은 필름 카메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름 사진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어 한결같이 필름카메라 작업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을 촬영하고 필름을 맡겨 현상한 후, 슬라이드 필름을 받아 드는 그 순간 느끼는 설렘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한다. 마라의 작업 공간에는 옛날 감성들이 가득하다. 목에 건 슬라이드 롤 필름을 라이트박스 위에 올려놓고 한 컷 한 컷 세심하게 살펴보는 작업을 통해 마음에 드는 컷을 선별하고, 가위로 잘라 슬라이드 마운트에 넣어 보관하는 일련의 과정을 40여 년 동안 이어오며 변함없는 사진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돌로레스 마라의 사진 작품은 미묘하고 심오한 색감과 조립자 특성을 연상시키는 질감으로 유명하다. 독특한 촬영 기법과 함께 프레송 프린트 기술의 결합으로 그녀의 시각적 특성은 완성된다. 1899년 테오도르 앙리 프레송(Théodore-Henri Fresson)에 의해 시작되어 그의 아들 피에르(Pierre)에 의해 1959년 완성되었으며, 현재까지도 프레송 가족에 의해 전승되고 있는 프레송 프린트 기술은 컬러와 망점을 남기는 입자가 강조되는 기법으로 사진 세계에서 유명하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과 주의 깊은 작업을 요구하며, 한 장을 완성하는 데 약 6시간이 소요되고 연간 2,000장만 인쇄 프린트된다.

ⓒ Dolorès Marat, 두 천사, Archival Pigment Print, 1994.

ⓒ Dolorès Marat, 농업박람회의 녹색말, Archival Pigment Print, 2003.

돌로레스 마라는 이 까다로운 프린트 과정에 매료되었다. 프레송 프린트는 그 우연성과 복잡함으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지만, 이는 그녀의 사진에서 추구하는 예술성과 닮아있다. 힘든 삶의 경험과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고 놀라운 결과물을 선사하게 되는 것처

럼 말이다. 프레송 가족의 전통적인 기술과 마라의 예술적 비전이 만나 탄생한 작품들은 사진계에서 오래 지속되는 품질과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인정받으며 예술 작품으로서 더욱 빛나는 가치를 지닌다. 프레송 프린트 기법과의 결합은 마라의 사진에 깊이와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이 고유한 프린트 방식은 그녀의 작품에 더욱 풍부한 질감과 색채를 더하며, 그녀의 시각적 언어를 강화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프레송 프린트의 구현은 만나 볼 순 없지만, 슬라이드 필름을 스캔하여 리터칭하고 질감을 살린 파인아트지에 인화된 작품들은 그녀의 예술적 표현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사진은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를 넘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주변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에게 예술이란 외부 세계를 담아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적 경험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돌로레스 마라의 사진 작업은 예술과 인간 감정 사이의 깊은 연결고리를 탐구하는 여정이다. 감정의 진정성과 순간 포착의 미학을 통해 우리 모두가 삶의 작은 순간들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내면세계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예술적 가치와 인간적 깊이를 지니며, 사진 예술의 풍부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중요한 기여를 한다. ㅣ 글 이진영 부산디지털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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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朽의 古典에서 찾은 智慧와 心灵, 역사적 敎訓과 省察에서 옛글의 향기에 취해 사랑에 빠지게 되었음을 밝히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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